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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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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끼야님
*올림픽 종목에 야구가 부활 됐다면서요?!(수정)
*저 일본 야구 구단이라던가 잘 몰라요 ㅋㅋ
*경기장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더더욱 모릅니다ㅠ
*의식의 흐름대로 썼어요 죄송합니다....ㅠ
* 원래 조각글이었어요.
* .....진짜에요.
“ 저... 사와무라양. ”
“ 네? ”
저를 부르는 소리에 사와무라가 바로 뒤돌아봤다. 그곳엔 아까 동료들이 얘기한 잘생긴 미유키 선수가 머뭇거리며 내 앞에 있었다.
“ 잠시 시간 좀 내줄 수 있습니까? ”
" ....네...? "
내 귀가 먹은 걸까 꿈을 꾸고 있는 걸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입에 오르고 내렸던 그 당사자가 내 눈 앞에 있고 그 사람이 시간이 있냐고 묻는다. 이건 무슨 상황인걸까. 그리고 저 질문은 뭘까.
사와무라가 그저 미유키를 바라본채 굳어 있자 미유키가 난감하게 웃으면서 사와무라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미유키의 움직임이 생각의 나라로 깊게 빠져들고 있던 사와무라를 현실로 데려오기 충분했는지 눈에 띄게 파들 떨며 큰 소리로 물었다.
" 어, 그러니까... 죄송합니다. 제가 방금 못 들어서. "
자기가 잘못 들은거라고 생각했는지 한 번 더 물어왔다.
" 잠깐만 시간 조금 내줄 수 있을까 해서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
하고 싶은 말이 뭘까. 미유키 선수도 안 걸까. 내가 미유키 선수 팬이란 것을...!
미유키의 의도를 완전히 착각한 사와무라가 활기차게 대답했다. 미유키는 사와무라를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데려갔다. 눈에 띄고 밝은 장소인데다 경기가 끝나서 빠져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여기서는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보이지만 사람들은 그렇지 않나 보다. 아무도 미유키를 못 알아 보았다. 사와무라는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는지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얼마 안 가 미유키가 걸음을 멈추고 사와무라를 향해 뒤돌아보았다.
" 저기, 사와무라양. "
" 네! "
" 할말이 뭐냐면... "
미유키는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인지 모르겠지만 항상 고백을 받아온 사람이고 고백이란 것을 먼저 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많이 뛰는 심장에 당혹스러웠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아. 좋아하는 사람한테 번호 하나 묻기도 힘든거구나. 얼굴이 달아오르는게 느껴졌다. 붉어져 가는 얼굴을 감추려 지퍼를 끝까지 올린 잠바 안으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 모습을 앞에서 본 선수와 팬으로서의 대화를 상상했던 사와무라는 뜸을 들이는게 생각보다 미유키는 부끄럼이 많은 성격인가 보다 생각했다. 선수들 중에선 의외로 내성적인 선수가 많으니 미유키도 그 쪽이라고 생각해서 사와무라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두어번 주억거리며 당차게 말했다.
" 괜찮습니다, 미유키 선수. 미유키 선수 마음 다 알아요! "
사와무라의 말에 미유키는 더욱 당혹스러워졌다. 내 마음을 알다니, 뭘?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티를 냈나? 표정관리가 안되었다고 생각하니 창피함과 부끄러움이 같이 몰려왔다. 눈 앞에서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던 사와무라는 생각보다 더 부끄럼이 많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원래 부끄럼이 많은 사람일수록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하는 법! 언젠가 할아버지가 말씀해주셨던게 떠올랐다.
에이준. 그럴 때 다그치면 상대방이 겁을 먹는단다. 원래 사람이란게 부끄럼이 많은 사람도 있고 우리 손녀처럼 너무 활기차서 사고만 치는 사람이 있고 다양한 것이여. 인내심이란 것을 가지는 것도 좋단다.
항상 혼내기만 하고 틈만 나면 버럭 소리지르는 성격 급한 할아버지였지만 가끔 이렇게 인생의 조언을 해주곤 하셨다. 그 날은 실은 친구와 싸웠지만 친구가 우는 바람에 사와무라만 못된 아이가 되어 버렸다. 난 잘못한 거 없는데... 마루에 앉아 울고 있으니 외출 갔다 돌아오신 할아버지가 깜짝 놀라셔서 헐레벌떡 달려오셨었다.
누가 우리 손녀를 울린게야!
친구가 하고 싶은 말을 잘 하지 못하길래 빨리 말하라고 재촉했더니 친구가 나한테 참견마! 소리친게 화근이었다. 사와무라가 울컥해서 말싸움으로 번졌지만 친구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선생님한테 까지 불려가 야단을 맞아야 했다. 그 소리를 들으니 할아버지가 우는 손녀를 달래면서 해주신 말이었다. 덕분에 그 친구와 잘 화해를 했었다. 고마워, 할아버지. 나, 할아버지가 해준 말 계속 지키고 있어!
그 마음 이해한다며 사와무라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제가 미유키 선수 팬인거 알고 하실 말씀 있다고 하신 거죠? 혹시 누군가 스토커짓이라도 하는 건가요? 그렇다면 전 아니에요! 전 선수들이 귀찮아 할 것 같은 행동은 절!대! 안하니까 걱정 마세요! "
미유키는 그제야 사와무라가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떻게 하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이상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하려고 하는 것을 막으려고 손사래를 쳤다. 말보다 행동으로 먼저 나가 사와무라의 주의를 끌 수 있었다.
" 그게 아니에요! "
" 전 선수들의 편의를 위해서 사인볼......네? "
저 혼자만의 생각의 나래를 저멀리 펼치고 있던 사와무라는 제 눈 앞에서 왔다갔다 하는 손을 보며 미유키를 바라보았다. 이게 아닌가...? 조금 당황하는 사와무라를 보며 미유키는 그제서야 조금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 그게 아닙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음...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
미유키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볼을 긁적였다.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를 진정되었던 심장이 다시 폭주하며 달리고 있었다. 사와무라를 만나러 오면서 어떻게 말을 꺼낼까 생각했던 것들도 막상 그 때가 다가오니 다 무용지물이었다. 그 많던 생각이 다 어디로 날아갔을까. 실은 어찌보면 별로 심각한 얘기도 아닌데 그녀는 누구보다도 주위를 경계하며 미유키에게만 집중했다. 그래. 그녀가 미유키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 프로에 처음으로 데뷔했던 경기 중에는 못 느꼈던 느낌이 미유키의 심장 깊은 곳에 자리 박았다. 긴장 때문에 다리가 저려왔지만 사와무라가 눈 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래. 사와무라가 내 앞에 있다. 손만 뻗기만 해도 닿는 거리에. 경기중에는 절대 좁혀지지 않는, 절대 볼 수 없는 얼굴이 지금, 내 눈 앞에-.
" 사와무라양의 번호를 알고 싶습니다. 번호, 알려주세요. "
미유키가 미소지었다. 아무도 보지 못한 상큼한 미소였다. 사와무라도 와, 잘생기긴 잘생겼다. 하며 살짝 얼굴을 붉힐 정도였으니 말이다. 분명 여기에 치어팀들이 있었으면 돌아가는 차 안이 시끄러웠을 정도로 말이다. 아니. 이게 아니지. 지금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그러니까....
" ㄴ, 네?! "
" 안 됩니까? "
미유키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런건 사와무라의 눈엔 들어오지 않았다. 생각하지 않은 말에 너무 당황한 것이다. 어, 어, 그러니까,
" 왜... 미유키 선수가 제 번호 같은 것을... "
사와무라가 손을 꼼질 거렸다. 자신의 짐이 들어있는 가방은 아까 놀라면서 바닥에 떨어진지 오래였다. 곧게 다듬어진 그녀의 작은 손을 보며 미유키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 실은 이거, 사와무라양한테만 먼저 말하는 건데. "
저 국가대표 됐어요.
꼼질거리던 손이 멈췄다. 사와무라의 눈이 커졌다. 아까 미유키에게 받은 질문이 미유키의 말에 바닥 아래로 묻혔다.
" 네에-?!?! 굉장하잖아요!! 축하해요! 진짜! "
진짜. 진짜진짜진짜진짜!! 숨 한 번 쉬지 않고 내뱉어내는 말이 그녀의 진심을 보여주었다. 본인보다도 더 기뻐하고 눈을 빛내는 그녀가 미유키를 기쁘게 한다.
" 세상에. 정말 축하드려요! 응원할게요! "
" 네. 감사합니다. 근데 제가 시즌이 끝나면 전지 훈련에 들어가거든요. 시즌 끝나고 한 달 후에. "
" 네! "
" 전지훈련에 들어가면 당신을 만날 수 있는 날이 적어지니까. 번호 줄래요? "
" 네? "
사와무라가 웃는 얼굴 그대로 벙쪘다. 미유키는 좀 더 바짝 다가가며 말했다.
" 전부터 좋아했어요. "
당신을 좋아합니다.
예상 외의 고백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고백이었다. 차를 몰며 사고가 날 뻔했다. 이불이 있었으면 흔히 말하는 이불킥이란걸 했을 것이다. 미유키는 자신의 발에 놓여져 있는 것이 클러치라는 것을 거듭 상기시키며 집을 향해 차를 거칠게 몰았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아까부터 하고 싶었던 이불킥을 시전했다. 침대에서 파닥거리며 뒹굴고 손으로 얼굴을 벅벅 세수를 했다. 잠시 멍을 때리다가도 이상한 비명을 지르면서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허공에 발짓을 했다. 팔로 얼굴을 가리고 한숨을 쉬었다.
내가 왜 거기서 고백을...
번호 딴 것도 반신반의였고 못 딸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많았는데 혼자서 얼마나 멀리 간 것인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 치솟았다. 멍하니 미유키만을 보는 사와무라를 보며 미유키는 그 순간 얼마나 철렁했는가. 자신이 한 말을 곱씹으니 기분이 싸해졌다. 나 방금 무슨 말을 한거지. 나 방금 무슨 말을 한거지?! 엄청난 실수를 했다.
아... 네. 드릴...게요...!
고백에 대한 대답은 듣지 못했지만 번호는 딸 수 있었다. 그래, 거절이라도 안 해서 다행인거지.
미유키는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는 사와무라의 번호를 보더니 아까 전의 이불킥 만행을 잊고 얼굴이 풀어졌다. 번호라도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 뭐라고 보낼까... "
번호, 따였다.
그리고 고백을 받았다.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도 모르겠다. 동료들과 헤어지고 아무 생각을 안 하면서 집으로 돌아온 것 같다.
화악-.
" 아아!! 더워라! 더워! "
나뭇가지가 눈에 드러날 만큼 바람이 부는데도 사와무라는 창문을 열어제꼈다. 당연한 결과였지만 창문을 열자마자 뒤집어 엎는 바람에 바로 닫았다.
" 아하하!! 안 덥다, 안 더워!! 아-. 갑자기 목이 마르네? "
집에 아무도 없는데도 일부러 큰 소리를 내면서 지갑을 챙겼다. 곧 태풍이 올거라더니 바람이 장난 아니었다. 하지만 태풍이 온다는 것이 오늘이 아니라는 예보가 있어서인지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편의점을 가면서 사와무라는 아까 전의 일을 다시 떠올렸다.
당신을 좋아합니다.
" 꺄악-!! "
" 학생, 괜찮아? "
미유키의 음성이 귓가에서 들리는 것 같아 냅다 머리를 벽에 박았다. 지나가던 아줌마와 퇴근하던 아저씨가 놀라 사와무라에게 다가갔다. 이마가 빨개진채로 괜찮다며 호탕하게 웃으면서 다시 길을 걸었지만 등 뒤로 여러개의 시선이 꽂힌다. 편의점에서 가까스로 물을 계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물이라면 집에 사다둔거 많은데. 큰 생수들 사이에 작은 페트병을 끼워 넣고 냉장고를 닫았다.
" 하아... "
고백이란거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너무 생각지도 못한 사람한테 고백을 받아서 그런걸까. 많이 당황스러웠다.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 몇 번이나 꼬집어봤던 볼을 다시 꼬집어봐도 아픈건 여전했다.
" 사와무라 에이준! 목욕합시다! 하하하! "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아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크게 소리치고 속옷을 챙기거나 옷을 챙기는 행동이 빨라졌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을 맞으며 내일 아침을 생각했다.
" 지금 집에 있는게 달걀이랑, 토마토랑... "
하지만 그것도 얼마 안 가 멍 때리게 되었다. 멍하니 샤워기에서 흘러나오는 따뜻한 물을 맞고 있었다.
당신을 좋아합니다.
" 꺅! "
사와무라가 제자리에서 주저 앉으며 무릎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무리 딴 생각을 해도, 다른 것을 해도 자꾸만 아까의 고백이 떠오른다.
정말로 선수한테서 고백이란거 한 번도 상상해 본적이 없었고 평소에 누군가에게 고백을 받을 것이다, 받고 싶다 같은 생각을 안 하고 살았다. 연애보다는 야구가 좋았고 야구가 그녀의 남자친구라고 주변 사람들이 그럴 정도로 야구만 생각이 가득했다. 아까 치어팀 동료들이 말한 것도 자신을 놀리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미유키의 고백은 상상 이상으로 사와무라에게 타격이 컸다.
당신을 좋아합니다.
자꾸만 귓가에 속삭이는 느낌이 들었다. 아까의 상황이 오버랩 되면서 심장 북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물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보다 사와무라의 심장 북소리가 더 컸다.
미유키 선수가 날 좋아한다니.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 이런거에 면역같은 거 없단 말이야아... "
사오무라의 칭얼거림이 욕실에 울려퍼졌다. 무릎에 잠시 머리를 기대더니 곧 자신의 볼을 힘껏 때렸다.
찬물이나 맞자.
레버를 끝까지 돌렸다.
" 아, 뜨거!! "
사와무라가 놀라 레버를 황급히 다른 방향으로 끝까지 돌렸다. 찬물이 나오자 본격적으로 사와무라는 머리에 샴푸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야 샤워를 하는 구나. 한편 그녀의 침대에 놓인 사와무라의 폰에서 불빛과 함께 미유키의 이름이 번쩍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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