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16.08.25
to. 미링님
" 하아... "
카네마루가 한숨을 쉬었다. 맞은 편에 앉아서 문제를 풀고 있던 토죠가 열심히 굴리고 있던 펜을 내려놓았다. 아까부터 한숨을 쉬기는 했지만 본인은 자각이 없는 것 같았다. 아, 또 한숨 쉰다.
" 요즘 무슨 일 있어? "
턱을 괴고 있던 카네마루가 눈만 굴려 토죠를 바라보았다. 둘은 같은 시니어, 고등학교 출신으로 대학교까지 같은 곳으로 간 징글징글한 친구사이였다. 평생 야구만 할거라고, 어른이 되어도 자신은 야구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현실은 모든 사람들에게 꿈 같은 이야기를 주지 않았다. 생각보다 일찍 현실의 벽에 부딪혔었고 분하지만, 순응했었다.
공부도 놓지 않고 해서일까. 알아주는 대학에 붙었고 같이 가겠다던 토죠도 아슬아슬하게 추가합격으로 붙어 같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학부도 다르고 각자 가려는 길은 다르지만 이렇게 종종 만나 둘 밖에 없는 스터디를 꾸릴 정도로 자주 만났다. 자격증 시험이 얼마 안 남아 한 자라도 더 봐야 하는 이 중요한 시기에 한숨만 쉬는 카네마루가 못마땅한 토죠였다.
" 아니... 근데 왜? "
" 아까부터 한숨만 쉬잖아. "
토죠도 같이 한숨을 쉬며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오랫동안 공책이랑 문제만 봐서 그런지 몸이 찌뿌둥했다. 의자에 기대어 고개를 뒤로 축 늘어뜨리자 카네마루도 자세를 바로 잡았다.
" 내가? "
" 어. 오늘 들어와서 내가 세어 봤을 때 한 25번 정도. "
고개를 뒤로 젖혀 있는 상태에서 말하니 목소리가 눌러져 나왔다. 그 말을 들은 카네마루는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하며 다시 한숨을 쉬었다. 토죠는 의자에서 튕겨져 카네마루를 바라보며 지적했다.
" 방금 또 했어! 너 무슨 일이야. 또 사와무라가 무슨 사고라도 친거야? "
세이도를 졸업해도 종종 연락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교성이 좋은 사와무라와 연락하고 있는건 신기하지 않은 일이지만 유독 사와무라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카네마루에게 고민 상담같은 것을 해왔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그랬다. 이번에도 저렇게 한숨 쉬는것이 어젯밤에도 사와무라에게 시달렸다라고 생각한 토죠는 확신을 담아 물었다.
" 그런 거 아냐. "
" 그럼 왜. "
" 그냥... 요즘 몸이 찌뿌둥해. "
어깨를 돌리고 목도 돌려보았지만 가시지 않은 찌뿌둥함에 인상을 찡그렸다. 야구를 밤낮으로 하던 때에는 스트레칭이 부족해서 그런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주말에 간단하게 한 게임정도를 하는 둘에게 그런게 있을리 없었다. 고개를 살짝 기우뚱하던 토죠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 뭐, 뭐야. "
" 카네마루 너 말야... 쌓였지? "
" 하아?! "
이 곳이 카페인지도 잊고 소리를 질렀다. 수근대는 사람들에 카네마루는 민망하다는듯 짧게 헛기침을 하고 토죠에게 쏘아댔다.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
" 뭐, 딱히 하는 것도 없는데 찌뿌둥하면 쌓인 것 밖에 더 있겠어? "
무슨 할 말이 더 있어보였지만 딱히 할 말이 없어 끄응 소리를 내다가 다시 한숨을 쉬었다. 토죠가 더욱 표정을 이상하게 지었다. 그 표정 집어치워! 라고도 했지만 토죠는 표정을 풀지 않았다. 딱히 반박을 할 만한 건덕지도 없었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 토죠의 표정이 짜증 날 수는 없었다.
" 빼면 되는데. 너 마지막 언제 했냐. "
" 일주일 전에. "
내가 왜 이걸 말해야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뒤늦게 스쳐지나갔지만 이미 뱉은 말을 주울 수도 없었다. 토죠는 아메리카노를 한 번 휙 젓더니 한 모금 마셨다. 얼음이 녹아 조금 밍밍했다.
" 일주일 밖에 안 됐는데 그래? 너 킹짱짱이구나! "
" 킹짱짱은 뭐야? "
" 정력왕. "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토죠를 때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공공장소에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 녀석!
" 여친은? "
" 깨졌어. "
" 노래방 안 가도 돼? "
알고 지낸지 십 년정도 되었지만 우정보단 서로 능글거림만 많아진 것 같다. 분명히 토죠, 이런 성격 아니었지.
" 하... 근데 뭔가, 좀 질렸달까. "
" 여자가? 헉! 카네마루, 너 혹시... "
" 뭐...... ! 아니야! "
결국 토죠는 십 년지기 친구에게 딱밤 한 대를 맞았다.
" 요컨대 평범한 게 질렸다는 거지? "
이미 공부는 뒷전이었다. 탁자는 말끔하게 치워진지 오래였다.
" 즉, 다른 플레이로 하고 싶다는 거네. "
" 그렇게 얘기 되는 건가. "
" 뭐, 장난감 같은 거라도 써보고 싶은거 아냐? "
" 뭣...! "
" 카네마루, 그런 취향 있구나. "
" 아니야! "
" 그렇게 야한거 하고 싶으면 사람 찾지 그래? 캬바레라던가. "
" 윽....! 그럴 준비도 안 되어있고!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어! "
괜찮아. 이해해. 같은 남자 잖아.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게 저만 쑥스러운가 싶었다. 하지만 그 순간 만큼은 엄청 창피했다. ... 진짜로.
결국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카페에서 안 되었는데 집에 돌아왔다고 공부가 손에 잡힐리 없었다. 답답함에 몸부림을 쳤다. 소리도 질러보았다가 옆 집에서 조용히 하란 소리만 들려왔다. 마른 세수를 하며 고개를 뒤로 젖혀 보았다. 다시금 떠오르는 카페에서의 대화가 떠오르자 무슨 죄를 지은 사람 마냥 벌떡 일어났다.
진짜로 쌓인 건가...
" ..... 하아... 샤워나 하자. "
간만에 꿈을 꾸는 것 같다. 자각몽이라고 하던가 이런걸? 배경은 침대도 넓고 조명도 은은한게 호텔 같은 곳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리는게 누군가가 씻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 혹시 나 몽정 꾸고 있는 건가.
머릿 속에 몽정이라는 두 단어가 지나가자 갑자기 씻고 있는 사람이 누굴까, 궁금해졌다. 혹시 같은 학부의 메구미? 아이자와 선배? 평소에 조금 눈여겨 보았던 여자들 이름을 생각하고 있으니 갑자기 초조해지기 시작해졌다. 두근거림에 가만히 있기가 힘들어졌다. 난 뭘 하고 있어야 할까. 옷이라도 벗고 있을까.
난방에 손을 가져가려니 달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옷은 그냥 입고 있자. 그냥 옷 매무새를 슥슥 다듬고 욕실로 추정되는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금방 나올거라 생각했는데 안 나오니 더 안절부절하게 된다. 괜히 옷을 만지작 거리다 다시 피고 무릎에 올려 놓은 손가락도 곧 무릎을 두들기 시작했다.
언제 나오나...
평소에 조금 급한 성미를 가지고 있는 카네마루지만 이럴 때는 기다려주는게 신사라고 생각하는 남자였다. 하지만 이건 좀 오래 걸리는데?
그 때, 카네마루가 줄곧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기대감이 증폭되면서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는게 느껴졌다. 상상을 하니 그 부분에도 열이 몰리는 기분이 들어 이건 예의가 아니지. 매너가 아니야.하면서 아들내미를 진정시켰다. 꿈인데 뭘 기대하냐, 현실도 아닌데. 하지만 몽정이지만, 꿈이지만 즐길건 즐겨야 하지 않은가!
달칵-
자! 누구ㄴ.............
" .......에? "
생각지도 않은 인물에 카네마루의 사고회전이 서서히 멈춰갔다. 너가 왜 거기서 나오냐.
" 토죠... "
목욕가운 하나만 걸치고 나온 토죠는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 이 순간만을 기다렸어. 시, 시, 신지... "
얼굴을 붉게 하며 카네마루의 발치 앞까지 다가왔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 녀석! 뭐야, 왜 날 넘어뜨려?!
제대로 생각을 할 틈도 없이 토죠가 하는데로 휘둘러졌다. 여자가 나올 줄 알았던 곳에서 남자가 나왔고, 그 남자가 십 년지기 친구라니. 다른 사람한테 고민으로 털어놓을 수도 없는 설정이다.
" 계속 좋아했었는데... 먼저 고백해줄 줄은 몰랐어. 정말 기뻐. "
목욕가운이 토죠의 손짓에 허물없이 흘러내렸다. 카네마루는 당황하며 가운을 다시 입혀줄려고 하는데 토죠가 자신의 특정 부위를 보이며 얼굴을 더욱 붉혔다.
" 신지. 안아줘. "
그렇게 말하는 토죠의 얼굴은 어느 여자보다도 색가가 흘러넘쳤다. 항상 성만을 불렀던 토죠가 이름을 꿈이라지만 처음으로 이름으로 불러주는데 왜 이렇게 뛰는거냐 내 심장아! 그리고 내 아들내미, 넌 왜 또 서 있는거냐!
믿기 힘든 현실에 카네마루는 눈을 감았지만 몸은 이상하게 제 의지를 안 따라줬다. 같은 남자에, 친구를 보고 서 있다는 현실이 카네마루에겐 믿겨지지 않았다. 너무 혼란스러웠다. 불알 친구라고도 할 수 있는 친구의 색기 어린 모습에 사고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 키스해도 돼? "
토죠가 카네마루 위로 올라타며 말했다. 카네마루는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속으론 안 돼를 외치고 있었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토죠는 고개를 내려 어색하지만 자신의 입술을 카네마루의 입술에 포개었다. 처음엔 가벼운 키스였지만 점점 농염해지는 혀 놀림에 카네마루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방 안에 둘 밖에 없어 입에서 나는 소리가 너무 색스러웠고 음란했다. 소리 덕분에 더 몸이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카네마루도 곧 키스에 빠져들었다. 꿈이었지만 미각이 느껴졌다. 키스가 달콤했다. 서로의 입 안을 탐하고 떨어지는 혀가 아쉬웠다. 토죠가 숨이 차 잠시 고개를 뒤로 내빼었지만 카네마루가 토죠 머리를 누르며 혀가 못 빠져나가게 했다.
서로의 몸을 더듬다 서로의 것을 만져주며 키스는 더욱 짙어져 갔다. 서로의 혀가 떨어진 곳에 은사가 가볍게 이어지다 끊어졌다. 한참을 키스했는데도 모자른지 입술에 가볍게 쪽쪽 부딪혔다 토죠의 얼굴 곳곳에 내려 앉았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키스에 토죠가 감았던 눈을 떴다. 서로의 숨결이 섞여갔다. 방 안의 온도가 후끈 달아올랐다.
" 히데아키... "
따르르릉.
알람 소리에 카네마루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창문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시끄럽게 우는 알람을 끌 생각도 안하고 카네마루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방금까지 제 눈 앞에 토죠가 있었는데, 그 감각이 아직까지도 느껴지는 것만 같았는데 눈 앞엔 아무도 없었다. 잠시 고개를 돌려 주변을 본 카네마루는 당연한 것처럼 이불을 들쳐냈다.
" 하... 씨발... "
땀 범벅과 끈적한 하얀 액체가 묻어나는 침대 시트에 카네마루가 무의식적으로 욕을 읊조렸다.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뜨리며 뒤로 벌러덩 누웠다.
이게 뭐야...
" 이게 뭐냐고... "
그 날은 공강이었지만 자격증 공부를 하기 위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시험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꿈을 꿨다고 공부를 안 할 수도 없었다. 보기 껄끄러워도 그만큼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시험이었다. 그래도 역시... 보기 싫다.
항상 만나는 카페에서 저를 기다리는 토죠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왜 이런 꿈을 꿨는지 모르겠지만, 우선 자격증, 자격증.
주문같이 자격증을 중얼거리며 카페에 들어가 어느 때처럼 토죠를 마주했다.
" 나 왔다. "
" 왔어? "
이 날 꾼 몽정이 사랑으로 이어지는 건 아주 멀고도 먼 후의 이야기.
'다이A'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미사와/미유사와] 2 (1) | 2016.11.26 |
|---|---|
| [미사와/미유사와] 1 (2) | 2016.11.14 |
| [후루사와] (0) | 2016.11.14 |
| [미사와/미ts사와] 등을 맞대고 (2) (0) | 2016.11.14 |
| [미사와/미ts사와] 등을 맞대고 (1) (0) | 2016.11.1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