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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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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끼야님
*올림픽 종목에 야구가 부활 됐다면서요?!(수정)
*저 일본 야구 구단이라던가 잘 몰라요 ㅋㅋ
*경기장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더더욱 모릅니다ㅠ
*의식의 흐름대로 썼어요 죄송합니다....ㅠ
" 네라이우치~! "
자신의 전용 응원가가 되어버린 곡을 흥얼거린다. 경기장을 가득 찬 사람들이 함께 응원가를 맞춰 불러준다는 건 짜릿하지만 요새 자신은 '누군가'의 목소리를 찾는다.
" 다같이 한 번더! "
언제나 활기찬 목소리. 사람들을 이끌며 누구보다도 활기차게 응원해주는 사람. 내 등 뒤에는 항상 그녀가 있습니다.
경기는 이겼다. 아슬아슬한 점수차였다, 라고 생각했다. 상대팀과 경례를 하고 우리 팀을 응원해준 팬 분들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인사했다. 나는 이 순간이 좋았다. 지금이 아니면 이 곳에서 볼 수 없는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개를 들어올리고 당연한 것처럼 그녀의 얼굴을 찾았다. 발견한 순간 풀어지려는 입꼬리를 갈무리 하며 인터뷰장으로 향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도 자꾸만 그녀한테로 시선이 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기자 몇 분들이 눈치를 채고 뒤에 뭔가 있나 하고 뒤돌아 봤지만 미유키가 누구를 보는지 모르는데 그 뭔가를 찾기는 어려웠다.
아, 가려나 보다...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상석에서 내려와 걸어간다. 위로 바짝 묶은 머리가 걸음에 맞춰 좌우로 대롱대롱 하는 게 귀여웠다. 다시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걸 가까스로 갈무리 하고 시선을 거두었다. 어서 인터뷰를 마치고 싶다. 시간만 잘 맞추면 대기실로 향하는 그녀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질문이 더 길어질 것 같은 예감에 대충 답변하고 서둘러 나섰다. 기자 몇 명이 따라붙었지만 단호한 미유키의 태도에 발걸음을 돌렸다.
조금 걸음을 서둘렀다. 다행히 늦진 않았나보다. 같은 치어걸들과 대화를 하고 오던 그녀가 미유키를 발견하고 인사한다. 손에는 여전히 술이 들려 있는 채였다.
" 오늘 경기 대단했어요! "
그녀를 뒤따라 다른 치어걸들도 미유키에게 한마디씩 거들기도 했다. 단 둘이 있었다면 무언가 더 말을 걸어볼텐데, 사심을 가지고 대화를 이어가지만 곧 그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 미유키-! 너 빨리 안 들어오냐! 미팅 해야지! "
저만치 복도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이 순간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 없었다. 그녀가 아쉽다는 표정을 짓다가 곧 활기차게 웃으며 말했다.
" 다음 시합도 응원하겠슴다! "
다음에는 제가 먼저 말 걸어도 될까요.
차마 입 밖으로 못 꺼내는 말을 누르며 미유키는 싱긋 웃었다.
" 네. 고마워요. "
미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눈 앞에 자꾸 그녀가 어른거렸다.
어느 시합 날, 1회 초가 우리 팀이 수비라 보호 장갑을 차고 경기장으로 나갔다. 요미우리 팬들의 박수 소리를 들으며 투수와 가볍게 공을 주고 받고 하다 드디어 자리를 잡았다. 컨디션이 좋은지 공이 좋았다. 나름 흡족하며 자세를 잡았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처음 공을 받았을때 느꼈던 것처럼 공은 좋았고 1회 초는 잘 마무리 되었다. 1회부터 점수가 나오면 분명 욕 얻어 먹을 것이다. 실 없는 생각을 하며 보호 장구를 벗었다. 번호가 중간 쯤에 있긴 했지만 야구란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으니까.
생각한대로 상대팀 투수가 컨디션이 안 좋은건지 볼이 많았다. 2아웃인데 1,3루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내 차례가 왔다. 이러면... 번트로 가야 하나. 그 순간이었다.
" 노려라!! "
순간 경기장에 정적이 감돌았고 관중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여자치곤 큰 목소리에 미유키도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같은 동료에게 눈초리를 받고 있는 '소녀'가 있었다. 자기가 뭘 잘못한 건지는 아는지 술로 빨개진 얼굴을 가렸다.
" 으으... "
부끄러움과 죄송함이 같이 몰려오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 순간 미유키와 눈이 마주쳤는데 자기가 집중하는데 방해했다고 죄책감이 드는지 더욱 어쩔 줄 몰라했다. 1회부터 나름 중요한 순간을 맞은 미유키에겐 방해였지만 좋은 기분전환이었다. 1회부터 이런 상황을 맞닥뜨려 안 그래도 심적으로 부담감이 있었는데 저 치어걸 덕분에 마음이 가벼워졌다.
보답으로 누가 알아봐도 웃었다고 말할 수 있을만큼 환하게 웃어주었다. '소녀'의 얼굴이 달아오른채로 눈이 커졌다. 관중석도 진정되고 미유키도 폼을 잡았다.
노려라. 결정구를.
미유키의 상체가 크게 휘었고 공은 큰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을 날았다. 꽤나 길게 공이 날아 모든 사람의 시선이 하늘을 향해 있었다. 문득, 뒤를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 '소녀'의 얼굴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소녀'는 술을 가슴에 모아놓고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그리고 강렬하게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그 순간 만큼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세상이 느리게 보였다. 공이 떨어졌는지 잡혔는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팀원이 들었다면 한 소리 들었을 생각이었지만 미유키는 소녀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소녀의 진지하던 얼굴이 풀어지면서 환하게 웃는 것 까지도 슬로우 비디오처럼 느리게 보였다.
" -아아아!!! "
그제서야 함성소리가 들렸고 미유키는 공을 보았다. 상대편 외야수가 펜스에 기대있는 걸 보면 홈런이었다. 전광판에 홈런이라는 글씨가 대문짝만하게 번쩍 거리고 있었다. 1회부터 3점은 먹고 들어간 셈이었다. 루를 돌면서 관중석을 보았다. 소녀는 이미 등을 돌린채 사람들을 이끌며 응원가를 부르고 있었다. 술을 들고 힘차게 춤을 추는게 누구보다도 기쁨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 같았다.
미유키는 풋, 웃었다. 귀엽네.
이 날의 사건 덕분에 미유키의 응원가는 조준사격으로 고정되었다.
근데 미유키도 알았겠는가. 꽃미남 포수라고 불리는 미유키가 처음 치어걸로 일하는 자리에서 대실수를 저지르는 치어리더에게 빠지게 될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으리라.
그 시합을 시점으로 미유키는 '소녀'의 목소리를 항상 등 뒤에서 들을 수 있었다. 타석에 서도, 포수로서 서도, 등 뒤에서 느껴지는 그녀가 있다는 느낌이 좋았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시합이 잘 안 풀릴 정도로 그녀의 존재는 미유키에게 나름의 안정제 역할을 해주었다. 고개를 돌리면 관중석을 향해 있는 그녀의 등이 보인다. 서로의 등 뒤를 맡기는 사수의 느낌을 받았다.
뭐, 당연한 소리겠지만. 그녀는 '소녀'가 아닌 어엿한 어른이었다. 너무 어리게 보여서 저도 모르게 소녀라고 부른 것이었다.
몇 번 복도에서 마주쳐 인사하고 하다보니 알게 된 사실은 그녀의 이름은 사와무라 에이준 이라는것, 그리고 자신보다 한 살 어리다는 것. 알게 된 것은 이 두 가지 뿐이었지만 그 작은 두 개의 정보는 미유키의 뇌리 속에 강하게 남게 되었다. 얼마 못하는 대화에도 설레고 경기장 속에서 사와무라의 목소리를 찾는 자신의 행동에서 사와무라를 좋아한다는 마음을 깨닫게 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마음을 자각하게 되고 나서부터는 사와무라에 대한 갈망이 점점 커진다는 것이 문제였다. 언젠가 그녀의 이름을 직접 소개받고 불러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졌을때는 번호 교환을 하고 싶다, 로 발전했다. 번호 교환까지는 차마 할 수가 없었다. 단 둘이라면 모를까, 그녀의 근처에는 당연하지만 다른 치어걸들이 많았다. 이렇게 보는 눈이 많은데서 번호 교환하고 싶다고 하면 한시간도 안 되어 스캔들이 터질게 분명했다. 사와무라에게 곤란한 일을 주고 싶지 않아 번호를 알아 내고 싶은 마음을 필사적으로 꾹꾹 눌러내며 지내던 나날이었다.
" 국가대표, 축하한다. "
올림픽을 일 년 앞두고 들은 얘기였다. 자신이 국가대표에 발탁되었다. 한 명의 프로 선수로서는 기쁜 일이었지만 미유키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그 얘긴 즉, 이 일 년 동안은 사와무라의 목소리를 등 뒤에서 들을 수 없고 사와무라의 존재를 느낄 수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국가대표가 어디 하겠습니다, 안 하겠습니다를 자기 멋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이었던가. 미유키는 국가대표 선발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전지 훈련에 들어가면 정말 그녀를 만날 수 없다, 란 사실이 미유키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했다. 시즌도 거의 끝나간다. 미유키도 이 시합이 끝나면 더 이상 시합이 없었다.
즉 기회는 오늘뿐!
어금니가 부서질도록 물며 배트를 강하게 휘둘렀다. 깡, 소리가 나며 금속 배트를 맞은 공은 멀리 멀리 날아갔다.
오늘이 마지막, 오늘이 마지막이란 것을 상기시키며 미유키는 기자들을 피해 냅다 달렸다. 전속력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미유키에 같은 동료들도 당황하며 너도 나도 미유키를 불렀다.
“ 미, 미유키 선수?! ”
“ 야, 너 어디가! ”
저를 찾는 소리를 무시하고 오로지 한 사람을 생각하며 달렸다.
너무 빨리 왔나.
호흡을 가다듬으며 조용한 대기실을 보았다. 인기척도 없는 것을 보면 아직 안 온 것이리라. 치어리더들은 선수들보다 먼저 돌아가기 때문에 달려왔는데 마지막이라는 초조함이 너무 빨리 도착하게 했다.
이대로 기다릴까 하다 올라오는 땀 냄새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지금까지 경기 뛰고 있었는데 당연했다. 그러고 보니 나, 항상 땀 냄새 달고 사와무라랑 대화 했다는 건가?! 지금껏 알지 못했던 충격적인 사실에 그 자리에서 주저 앉을 뻔한 것을 벽에 기대는 것으로 겨우 넘기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나서 미유키가 한 행동은, 샤워장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 아-. 힘들다. "
" 오늘도 굉장했어! "
눈을 빛내며 복도를 뛰다시피 걸어가는 사와무라를 보고 같은 치어동료가 지친 표정으로 사와무라를 보았다.
" 넌 정말 지치지도 않는구나. "
" 당연하지! 내가 좋아하는 팀인걸! "
" 좋아하는 선수도 있고. "
놀리듯이 말하자 사와무라가 발끈했다. 저를 놀리듯이 말해놓고 웃는 동료들이 얄미웠다.
" 단순히 팬이니까! "
" 하하하. 우리도 알아. "
야구 오타쿠라고 불려질 정도로 치어리더로 요미우리에 들어온 순간부터 야구 사랑을 아낌없이 표현했던 아이다. 우리들도 야구 좋아하지만 사와무라를 따라올 사람은 아무도 없을 만큼 그녀의 야구 사랑은 대단했다.
“ 그나저나, 미유키 선수 엄청 잘생겼지. 여친 있으려나? ”
“ 에, 너 남친 있잖아! ”
“ 그래도 상상정돈 할 수 있잖아! ”
“ 우리가 그런거 상상할 수 있는 입장이나 되나. ”
한 시합이 끝나면 항상 입에 오르는 이야기는 미유키 선수의 ‘얼굴’ 이었다. 보통 선수의 사생활 같은거 볼 수 없는게 당연했지만 그렇기에 더욱 그의 본 성격이라던가 사생활이 궁금한 미유키의 여자 팬들이었다.
“ 너는 어떻게 생각해, 사와무라?! ”
탈의실에서 옷을 벗다 말고 동료들이 사와무라에게 달려들었다.
“ ㅁ, 뭘?! ”
“ 미유키 선수 말야, 미유키 카즈야! ”
“ 그러니까 뭘? ”
“ 뭐야... 얘기 안 듣고 있던 거야~? ”
“ 미유키 선수 얼굴 말야, 얼굴! 잘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아? ”
사와무라는 옷을 벗다 말고 생각에 잠겼다. 포수인 그가 보호 마스크를 벗으며 공을 확인한다던가,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하던 그를 떠올리자 사와무라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 화, 확실히... ”
“ 그치?! 사와무라 너도 여자였구나! 남자에 관심 없는 줄 알았어. ”
“ 뭣...! 얘기가 왜 그렇게 넘어가는 거야! ”
“ 그야 항상 야구, 야구만 얘기하니까. 남친도 안 사귀고. ”
“ 아, 그러고보면 미유키 선수 항상 너랑 얘기하려고 기다리지? ”
옷을 개던 또 다른 동료가 말했다. 다들 동감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는 동료들 사이에서 사와무라만 의미 모를 시선을 보냈다.
“ 그게 무슨 소리야? ”
“ 항상 너 기다리는 거 몰랐어? 항상 너 이렇게 바라보고. ”
옆에 있던 동료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지금 미유키 선수 따라 한거? 탈의실 안이 웃음 소리로 가득해졌다. 여전히 사와무라만 영문을 몰라 주위를 휙휙 봤다. 치어리더의 주장인 최고참 언니가 한심한 표정을 보내왔다.
“ 그 정도면 둔감해도 너무 둔감하다. 딱 봐도 너랑 얘기하고 싶어서 안달난 얼굴인데. 우리는 그냥 재밌어서 너 옆에 찰싹 달라 붙어있었지만. ”
“ 미유키 선수 너 좋아하고 있는 거 아냐~? 다음엔 너 혼자 보낼테니까 뭐라 말 좀 해봐. ”
“ 그, 그럴 리가 없잖아요! ”
사와무라가 옷을 마무리 하며 옷장 문을 쾅 닫았다. 이런 얘기는 좀 불편하다. 남친이라던가 연애라던가 하는 보통의 여자들이 할 법한 이야기. 물론, 아주 관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결국 생각이 야구로 빠져들어 버리고 만다.
미유키 카즈야, 인가...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조금 쌀쌀해져 얇은 자켓을 여미며 바깥으로 나가는 통로를 걸었다. 확실히 일반 사람들보다 잘생긴 편이지만 항상 선수로서만 그를 봐와서 일까. 단순히 팬으로서 좋아하는 편이라서 딱히 남자로서 그를 보지는 않았다. 도대체 그가 나를 좋아할거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걔네들이 착각한게 틀림 없다. 이런 남자같은 여자가 뭐가 좋아서, 아니, 애초에 좋아하고 진심으로 응원하는 선수를 남자로서 본다니 팬으로서 언어도단! 어불성설! 아, 이건 아닌가.. 아무튼! 좋아하는 선수를 음흉한 눈으로 보다니 팬으로서는 절대 실격이다! 암! 그래도... 확실히 잘생겼어.
“ 하... ”
괜히 그런 소리를 들어서 자꾸 이상한 생각만 들었다. 대충 씻기는 했지만 어서 집에 가서 제대로 목욕하고 싶었다. 게다가 경기가 끝났을 때쯤엔 다들 땀을 흘려서 그런지 실내에서도 열기와 땀 냄새가 가득했다. 공기가 텁텁해서 바깥으로 나가려던 순간이었다.
“ 저... 사와무라양. ”
“ 네? ”
저를 부르는 소리에 사와무라가 바로 뒤돌아봤다. 그곳엔 아까 동료들이 얘기한 잘생긴 미유키 선수가 머뭇거리며 내 앞에 있었다.
“ 잠시 시간 좀 내줄 수 있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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